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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술 이야기는 인공지능 챗봇 ‘ChatGPT’가 만든 "창조의 새로운 화폭: 인공지능과 예술가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모방을 넘어 창작의 영역까지 확대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까지 대체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시, 소설, 시나리오 등의 글쓰기부터 음악, 미술까지 여러 예술 분야의 창작 활동을 돕고 있는데요. 오늘은 인공지능이 미술 창작의 영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창작의 주체로서 자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미술 작품?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이 미드저니를 활용해 생성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미술 박람회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1위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이라는 게임 디자이너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인데요. 인공지능이 생성한 미술 작품의 수상은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기서 시작된 '인공지능의 그림을 예술 창작물로 볼 것인가 혹은 기계의 생산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예술로 볼 것인가'는 미술에 대해 던지는 본질적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 예술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주장하고, 또 한편에서는 이제 인공지능의 예술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논쟁과 대립 속에서 분명한 점은 인류의 미술 역사 속에서 그 어떤 도구도 인공지능만큼 다양한 작업과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출한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기술과 예술
고대 희랍 시대에서는 기술과 예술을 ‘테크네(techné)’라는 단어로 동일하게 표현했습니다. 기술과 예술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개념으로, 두 영역의 유기적인 결합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오늘날의 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교차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초기 고대 문명에서는 원시 도구와 공예 기술이 예술의 형태를 주도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선형 투시법과 해부학이 예술의 방향성을 발전시켰습니다. 19세기에는 사진 기술의 등장으로 예술의 "진실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세기에는 영화, 사운드 녹음, 텔레비전, 디지털 혁명 등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며 예술의 패러다임을 확장시켰습니다. 현재 21세기에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예술의 창작 과정과 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예술과 기술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함께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인공지능의 작품 창작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항상 인간이 있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명령 그 이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이미지 생성 과정에 인간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죠. 아마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이나 공동 창의성이 대두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인공지능과 협업하여 작업 활동을 하는 세명의 아티스트를 만나보겠습니다.
AI와 협업하는 아티스트들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레픽 아나돌, <녹는 기억(Melting Memories)>, 2017-2018, 이스탄불
레픽 아나돌은 예술, 건축, 기술을 융합하는 데이터 예술의 선구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을 창작 과정에 도입하여 예술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대표적인 그의 작품 <녹는 기억(Melting Memories)>에서 특히 그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창작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억 및 인지와 관련된 신경 과정을 데이터화하여 시각적으로 나타낸 일련의 작업인데요. 아나돌은 자신의 삼촌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녹아내리거나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 작업을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공간에 시각화하여 감상자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예술작품을 선보이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창작 매체임을 보여줍니다.
이안 쳉(Ian Cheng)
이안 쳉, <사절, 신들의 품안에 거하다>, 영상스틸, 2015 라이브 시뮬레이션 및 스토리
이안 쳉은 비디오 게임과 인지과학 원리를 기반으로 게임 형태의 가상 세계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라이브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합니다. 감상자를 작품에 개입시키고,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창작자와 작품, 관객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인간의 의식은 너무나 복잡한 세계여서 AI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탐구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그의 작업 속에서는 가상의 생태계 속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인물과 환경이 서로 교류하고 반응하면서 늘 새로운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의 대표작 <사절(Emissary)>은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며, 이를 두고 작가는 “이야기의 서식지” 또는 “스스로 작동하는 비디오 게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상호
노상호, <HOLY 홀리>, 2024
노상호 작가는 온라인 세상의 이미지를 수집, 변형하여 회화와 조각 등의 아날로그 미술로 재해석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를 수집, 변형하고 AI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합니다. 최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홀리》에서는 AI가 적극적으로 창작 과정에 참여한 결과물을 선보이며, AI와 인간의 창작 과정을 탐구합니다. 그는 AI가 협업의 대상이고 가상과 실재 사이에서 인간이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노상호 작가는 AI가 만든 작품을 보고 이를 손으로 캔버스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 세계를 구축합니다.
창작자로서 AI?!
위 세 작가의 작업들을 통해 알 수 있듯, 오늘날 인공지능은 예술 창작에 있어 주요한 매체로 활용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공지능 예술이 갖는 의미 중 하나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작업 방식과 모티프를 제공한다는 것이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 방식에 맞게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예술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연결 방식을 제공해 줍니다. 레픽 아나돌, 이안 쳉, 노상호 작가의 인공지능 창작 협업을 통해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창작 세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창작 주체로 온전히 수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듯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홀로 작품을 창작해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저작권 문제, 데이터 편향성 등 여러 문제가 현존하기에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혁신적 기술 개발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예술계에서는 인공지능 창작에 대한 수용과 더불어 우려와 거부감도 동시에 나타내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미술사에서 늘 예술을 크게 변화시켜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몇 점 소개합니다. 디지털 프린팅과 작가만의 붓터치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원화의 감동까지 더한 작품들입니다. 오픈갤러리에서 만나보세요.

Island

박슬기

72x72cm (30호)

꽃침대

프리다옥

70x53cm (20호)

참고문헌

김태은, 「시각 예술과 인공지능의 교차점」, 고려대학교 미디어대학원 석사논문, 2024.
서은선, 「AI 예술의 예술적 가치 연구 : 보리스 엘닥슨의 AI 생성 작품 중심으로」, 2023.
https://sedaily.com/NewsView/2D6I883ZN6#cb
https://refikanadol.com
https://www.arariogallery.com